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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사회적기업 ㈜좋은이웃의 ‘아빠맘두부’

진짜 두부는 대형마트가 아닌 마을에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좋은이웃의 ‘아빠맘두부’

 


잘 익은 김치를 썩썩 베어서 냄비에 넣고, 큼직하게 돼지고기를 썰어 넣은 찌개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김치의 알싸한 냄새가 풍길 즈음, 뭉텅뭉텅 썬 두부를 빨간 국물 위에 척척 올린다. 빨갛게 달아오른 김치와 그 위에 반쯤 떠 있는 하얀 두부는 우리네 지친 하루를 녹이는 칼칼하면서도 고소한 한 끼 식사가 된다.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은 가끔 맛으로 먹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매일 매일 먹는 음식은 정말 좋은 걸 먹어야 해요. 두부는 그런 거예요. 남녀노소 떠나서 밥 먹을 때마다 접하는 대중적인 한국 식품. 그러니 진짜 좋은 걸 먹어야 해요.”


예비사회적기업 ㈜좋은이웃의 박치득 대표는 ‘아빠맘두부(www.daddymom.kr)’라는 브랜드로 두부를 만든다. 나쁜 건 없고, 좋은 건 모두 있는 두부다. 그는 두부 만드는 데 “꽂혔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심히 꽂혀서 만든 두부는 어떤 맛일까? 서울 은평구에 있는 조그마한 공장에서 박치득 대표와 지역이 함께 ‘꽂혀’ 만든 진짜 두부를 만났다.


‘아빠맘두부’ 매장은 연신내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조금 들어간 골목 안에 있다. 매장은 오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골목길과 잘 어울린다.

 

3가지는 없고, 3가지는 있는 두부

 

2012년에 만들어진 주식회사 좋은이웃은 은평구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좋은이웃의 ‘아빠맘두부’는 두부, 순두부, 두유, 콩국, 콩나물 등을 생산해 판매하는 식품 브랜드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지역 내에서는 배달도 가능하다. 아빠맘두부는 지역에서 활동하던 아빠 5명이 함께 만든 회사다. 마을에서 만들고 마을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규모는 작지만 생산된 두부는 어느 곳과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 ‘진짜 맛있는 두부’라고 자부한다.


박치득 대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식품 브랜드 ‘아빠맘두부’를 만들었다.


아빠맘두부가 이렇게 맛을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3가지가 없고, 3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저희 두부는 두부 본연의 고소한 맛을 유지하는 진짜 두부입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해요. 바로 지역에서 생산하기 때문이죠. 생각해보세요. 예전에 우리가 먹던 두부는 마을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만들어서 새벽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그 동네에서 소비되던 두부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두부 시장을 장악하면서 그런 두부가 싹 사라졌죠.”


아빠맘두부는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마을에서 만들고 소비되던 할머니 두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두부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진짜 두부 맛을 살리는 길은 지역에 있다는 걸 알았다.

“즉석에서 만들어서 지역에서 모두 소비하기 때문에 이동을 위해 필요한 여러 첨가물이 필요 없어요. 그래서 우리 두부는 수분을 흡수하는 연화제, 형태를 유지하는 경화제, 오랜 기간 유통을 위한 방부제, 거품을 없애는 소포제가 없습니다.”


대기업 두부는 규격화, 대량화돼 있다. 콩을 가져오는 산지도 제각각이고, 전국적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유통기한도 길어야 하니 맛이 희생되는 구조다. 박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이 똑똑해져 대기업이 두부에 첨가물을 빼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가령 두부를 만들 때 많은 거품이 생겨요. 소포제를 뿌리면 싹 사라지죠. 대기업에서는 소포제 대신 현미유 등을 넣어서 거품을 가라앉히는 데 그건 두부 본연의 맛을 없애는 거죠. 저희는 다른 방식으로 해요. 바로 일일이 거품을 퍼내는 거죠.”


소포제 한 꼬집만 넣으면 되는 일을 아빠맘두부는 노동으로 갚는다. 거품을 퍼내면서 두부 유실량도 만만찮다. 하지만 맛과 건강에는 타협하지 않으려는 아빠들의 뚝심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희가 또 없는 건 ‘물’이에요. 물이 없죠.”


아빠맘두부의 네모난 플라스틱 통 안에 물이 없다. 대기업 두부는 전국적으로 유통되다 보니 흔들림 방지와 방부제 역할을 할 물을 주입해야 한다. 물이 있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될까 생각하겠지만, 박 대표는 확실히 맛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두부 담은 물을 잘 보면 뿌옇지요? 그게 두부의 영양분과 단백질이 빠져나가서 그런 거예요. 우리는 그 물을 안 먹잖아요? 결국 물이 채워지면 영양과 맛의 손실이 있는 거죠.” 


아빠맘두부의 포장지 안에는 물이 없다. 완충작용을 하는 물이 없어 유실되는 영양소가 적다.


물과 첨가제 없이 노동과 열정으로 두부의 맛을 잡고 있는 아빠맘두부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없는 게 있다. 바로 로컬푸드로 두부를 만들어 불필요한 ‘탄소배출’이 없는 것이다.

“파주 장단콩으로 만들어 지역 내에서 판매해요. 해외나 각 지역에서 콩을 사들여 전국으로 유통하는 대기업 두부보다 이동거리가 짧아 탄소배출량이 적은 거죠.”


첨가물, 포장지 속 물, 그리고 불필요한 탄소배출 등 3가지가 없는 덕분에 아빠맘두부는 반대로 3가지를 지킬 수 있다. 바로 두부 본연의 고소한 맛과, 매일 밥상에 오르는 음식의 건강함 그리고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게 최대한 가격을 낮춘 저렴함이다.


“물론 저희처럼 좋은 두부를 파는 곳이 있지만 대개 강남 등 부유한 지역에서 몰려있고, 한 모에 4,500원 정도 해요. 매일 먹는 두부 가격치고는 비싼 거죠. 저희도 시중에 나오는 두부보다 저렴하지는 않지만 그곳보다 싼 3,000원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안전하고 맛있게 두부를 먹는 것. 그것이 아빠맘두부의 목표이거든요.” 

 

삶의 안테나를 광역에서 지역으로 맞추다


아빠맘두부를 만든 박치득 대표는 어쩌면 복합적이고, 양면적인 태도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지역을 벗어나면 화학회사 전략기획팀에서 일했고, 지역 안에서는 은평시민넷을 만들고, 의료협동조합이나 생협 활동을 하는 등 지역 활동가로 일했다.

“우리나라 오너기업에 다니면 직급이 올라갈수록 삶의 모든 안테나를 오너에게 향해야 하잖아요. 직급이 낮을 때는 실감하지 못한 일들이 직급이 올라갈수록 체감하게 되면서 어느 날 선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치득 대표는 선택의 기로에서 가치 중심의 삶을 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양면적 삶에서 가치와 의미를 중심으로 둔 삶으로의 이양이 시작된 것이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지역에서 활동을 했고, 사회적경제 관련 수업도 들었기 때문에 퇴직 후 자연스럽게 사회적경제 쪽을 알아봤어요. 저는 시민활동을 하면서 얻은 공동체적인 지향과 24년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얻은 전략적인 사고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사회적기업 쪽으로 한번 해보면 딴 것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 대표의 지역 네트워크와 사업 전략 덕분에 아빠맘두부는 사회적경제 쪽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러 매체의 취재가 쏟아지는 것도 그 이유이다.

“사회적기업을 시작할 때 생각은 한 가지였어요. 바로 ‘커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 동네에서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뭔가 잃어버리게 되거든요. 대규모로 시작하면 자본이 많이 들어가고, 자본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면 수익성을 생각하게 되고 그럼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거든요.”


박 대표는 지역에서 만들어 지역에서 소비하고, 지역에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원한다. 그리고 “원래 두부 맛은 이런 거야!”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두부 맛의 회복을 꿈꾸고 있다.

 

맛있게 나누는 ‘두부’


“두부가 제대로 안 나와서 계속 반복했어요. 기록 보면 180차 정도 시도했더라고요. 처음에는 경북 청도 콩 500kg을 사서 테스트했는데 싹 다 버렸어요. 지역 네트워크가 있어서 은평시민넷, 생협, 의료조합, 마을 카페 등 지역민에게 먹여 보면서 테스트 했는데, 먹이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좀 무르게 나왔다 싶은 것은 시식도 안 하고 버리기도 했죠.”


 

180번 시도를 하며 기록한 표. 아빠맘두부는 이런 수많은 실패 끝에 만들어졌다.


두부를 만들어 본 적 없는 박치득 대표와 동료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아빠맘두부라는 대기업 브랜드를 저항하는 지역 두부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빠맘두부는 여전히 도전 중이다. 그동안 지역 네트워크 내에서 판매하며 생산에만 급급했지만 그것으로는 사업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은평구 인구는 50만 정도거든요. 10%만 저희 두부를 먹어도 5만 명이잖아요. 지역 내에서 확장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내년 상반기에 저희 두부를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고요. 다른 동네 매장은 프랜차이즈는 아니고 저희 기술을 전수하고,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며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보자는 거지요.”



  

아빠맘두부는 마르쉐 장터에서도 인기 상품이다. 마르쉐 장터는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자가 함께 만드는 도시형 농부시장이다.(사진제공: 좋은이웃)


박 대표는 매장을 내는 것과 함께 홍보·마케팅에도 노력을 기울이려 한다. 좋은 것을 더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마르쉐 장터에 출품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반응이 좋아요. 그곳에 가면 아빠맘두부의 인기를 실감해요. 아빠맘두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잘 모르는 것 같아서 홍보·마케팅에 좀 더 신경을 써야 겠다고 생각해요.”


아빠맘두부가 사회적경제 내에서는 성공한 모델로 소문이 나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박 대표는 자기 돈 벌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고, 사회적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얻은 생산 노하우를 그냥 나눌 생각이라고 말한다.

 

박치득 대표와 동료들은 바쁘고 힘들지만 ‘즐겁다’고 한다. 아빠맘두부를 사려고 경기도 성남에서 오는 손님도 있고, 마을 주민들도 아빠맘두부를 먹으며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마트나 시장에서 흔하디흔한 두부를 사려고 몇십 킬로를 달려오는 손님의 마음은 어떤 걸까?

“먹어보니 너무 다르다고들 해요. 예전에 먹었던 할머니 두부 맛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우리 두부를 맛보고는 이걸 다시 맛볼 수 있으니 너무 좋다고 말해요. 멀리서 오시는 분은 유통기한이 짧아 많이 못 사가시니, 오지 마시라고 해도, 우리 두부를 안 먹으면 안 된다고 굳이 오세요. 정말 너무 감사하죠.”



박치득 대표는 모든 말에 ‘지역’이 있다.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즐겁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덧붙인다.

“청년들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회가 규정한 멋진 직업에 대한 시선에서 벗어나, 땀 흘리는 일, 지역에서 하는 일, 진짜 행복한 일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지역에서 살고 일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김치찌개 위의 두부 한 모정도면 족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알싸한 김치 맛과 어울리면서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일, 그 정도면 딱 적당하지 않을까? 아빠맘두부가 하고자 하는 일도, 크고 화려한 미래가 아닌, 소박하지만 매일의 끼니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우리네 두부같은 일이기도 하다.  


 아빠맘두부 홈페이지: www.daddymom.kr


글. 이은주(이로운넷 에디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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